고동치는 골짜기는 높낮이가 있는 입체적 지형으로, 시각적 인식과 신체적 인식이 분리된 채 꿈틀거린다.
사람들이 그린 다양한 생물들이 고동치는 골짜기에 서식하고 있다. 종이에 생물의 그림을 그리면, 생명이 깃들어 눈앞에 나타나 살아 숨 쉰다.
생물들은 다른 생물들을 잡아먹거나 잡아먹히면서 함께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간다.
당신의 그림으로 탄생한 생물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을수록 그 수가 늘어나지만, 다른 생물들에게 잡아먹히거나 다른 생물들을 잡아먹지 못하면 죽어서 사라진다.
도롱뇽은 뱀을 먹고, 뱀은 도마뱀을 먹고, 도마뱀은 개구리를 먹고, 개구리는 나비를 먹으며 그 수가 늘어난다.
나비는 꽃이 있는 곳에서 수가 늘어난다.
꽃은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 자리에 많이 피어난다. 반대로 꽃을 밟고 돌아다니면 꽃이 지고 만다.
생물들은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반복하면서 이 세계에 퍼져나간다. 당신이 그린 생물들도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. 찾아보자.
때때로 ‘꽃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II’ 작품과 호응하며 현실 세계의 계절에 피는 꽃들이 생물들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다. 사람들이 생물에 피어난 꽃들을 밟으면 꽃은 져 버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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